매미 수명의 비밀

여름의 끝자락에서 떠오르는 곤충이 있습니다. 바로 매미인데요! 올해 여름, 여러분은 매미 울음소리 많이 들으셨나요? 저는 왠지 예년보다 그 소리가 덜했던 것 같아요. 매년 이맘때면 마치 여름이라는 계절을 알리는 신호처럼 울려퍼지던 매미들의 울음 소리가 줄어들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매미를 떠올리면 '짧은 수명'과 '맴맴~ 시끄러운 울음소리'라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신비로운 생존 전략과 놀라운 자연의 섭리가 숨겨져 있답니다. 오늘은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인 매미 수명의 비밀을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매미 수명」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살다가, 지상에서 7일을 살고 죽는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말은 일부분은 맞고 일부분은 틀린 이야기랍니다. 매미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다수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애벌레)으로 3년에서 길게는 7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냅니다. 특히 북미 지역에 서식하는 주기성 매미 중 일부 종은 무려 13년 또는 17년을 땅속에서 머무르기도 한다니까 정말 놀랍죠.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매미 애벌레는 땅속 깊이 자리 잡은 나무뿌리의 즙을 빨아먹으며 끈질기게 성장하고, 몇 번의 허물을 벗는 변태 과정을 거친답니다. 이들은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불완전 변태' 곤충이라는 점도 흥미로워요. 즉, 애벌레에서 곧바로 성충이 되는 특별한 방식으로 성장한답니다.

 

 

매미의 길고 긴 땅속 생활은 마치 꿈을 이루기 위해 외부 세상과는 단절된 채 묵묵히 실력을 갈고닦는 예술가의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다듬고 준비한 끝에, 비로소 세상에 나와 단 한 번의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은 우리나라 애매미가 1~2년, 참매미가 3~4년, 말매미가 4~5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 비로소 땅 위로 올라와 성충이 된 매미 수명은 짧게는 2~3주, 길게는 한 달 정도라고해요. 매미 수명이 7일로 알려진 소문은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이제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럼에도 긴 기다림 끝에 짧은 지상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가 종족 번식이라는 점이 무언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짧고 찬란한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매미의 모습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매미의 일생은 우리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 말이죠. 매미의 우렁찬 울음 소리는 그저 여름날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우리에게 끈질긴 생명력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자연의 깊은 질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매미 수명 주기의 비밀」

매미 수명 주기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놀라운 수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많은 매미 종류의 수명 주기는 5년, 7년, 11년, 13년, 17년처럼 '소수'로 이루어져 있어요. 여기서 소수란 1과 자기 자신 외에는 약수가 없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말합니다. 왜 매미들은 하필 이 소수라는 특별한 숫자를 자신의 수명 주기로 선택했을까요?

 

학자들은 매미가 소수 수명 주기를 선택한 이유를 두 가지 주요 생존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천적을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에요. 땅속에서 긴 세월을 보낸 매미가 지상에 나와 짝짓기를 할 때까지 길어야 20여 일밖에 살지 못하는데, 이 짧은 기간 동안 사마귀나 새 같은 수많은 천적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아야 합니다. 매미의 수명 주기와 천적의 수명 주기 공통점이 없을 때 천적을 마주칠 확률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수명이 6년인 매미는 2년, 3년, 4년 주기의 천적들과 주기적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되지만, 수명이 5년인 매미는 천적과 만나는 기간이 훨씬 길어져 생존에 유리합니다.

두 번째는 종들 간의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종의 매미 주기가 겹치면 동시에 많은 매미가 나타나 제한된 먹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거예요. 소수 수명 주기는 이러한 동시 출현과 경쟁을 최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이러한 놀라운 전략 덕분에 미국에서는 13년 또는 17년마다 수십억 마리의 매미가 한꺼번에 출현하는 장관, 일명 '소수 매미' 현상을 볼 수 있답니다. 이들은 지하 20cm 깊이의 토양 온도가 18도에 도달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땅 위로 올라오는 신비로운 동시성을 보여주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수명 주기의 비밀'을 알고 나니 유익하고 재미있네요!🙂

 

「밤에 우는 매미. 기후 변화의 경고음일까?」

올여름 매미 울음소리가 예년 같지 않다고 느끼셨다면, 아마 기후변화가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매미는 변온동물이라 체온이 일정 온도에 도달해야 비로소 발성 기관이 제대로 작동해요. 보통 15℃ 이상이 되어야 울음을 시작하고, 온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활발하게 울죠. 올해처럼 '장마'와 '변덕스러운 기온'이 이어지면, 땅속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 매미 유충들이 제때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이는 매미의 등장 시기를 늦추거나, 전체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올해 여름, 우리가 듣지 못한 매미 소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침묵이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밤에 매미가 우는 이유도 기온과 관련이 깊어요. 원래 매미는 햇빛이 있을 때 활동하는 '주광성' 곤충이지만, 도시 열섬 현상과 빛 공해 때문에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인공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매미들이 밤을 낮으로 착각해 계속 울어대는 것이랍니다. 특히 사람의 귀에 가장 잘 들리는 주파수 구간인 3500~6000Hz로 울어대기 때문에, 그 소음은 지하철이나 대형 트럭 소음과 비슷한 80~90데시벨에 달합니다. 상상해보면 어마어마한데요. 수많은 매미가 한꺼번에 울어대는 '떼창'을 할 때는 160~170데시벨에 가까운 엄청난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다고 해요. 이는 전투기 엔진 소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니, 도심에 사는 분들에게는 여름밤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고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닐 수 있어요. 매미는 새나 다른 곤충들의 중요한 먹이가 되고, 땅속에서 흙을 고르는 역할도 하는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거든요. 매미 소리의 감소는 기후변화가 우리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작지만 명확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듣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자연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인 것이죠.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여름의 매미 울음소리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알려드린 '매미 수명의 비밀' 포스팅이 유익하고 재미있으셨다면 좋겠네요! 오늘도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